[김승련의 현장칼럼]소리 잃은 당비파, 소리 잃은 보수정당

2018-07-13 8



한 선비가 가만히 앉아 악기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김홍도의 [포의풍류도]인데요. 이 악기의 이름은 당비파입니다. 조선시대에 궁중음악 악기로 연주되었지만, 이제는 계승한 연주가가 없어 진짜 소리를 알 길이 없습니다.

악기만 국립국악원 창고에 보관되어 있죠.

[권주렴/ 학예연구사]
"(연주한) 흔적이 43년까지 보입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악공들이 많이 도망갔죠."

당비파의 소리가 사라진 것은 일제 탄압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권주렴/ 학예연구사]
"거문고랑 상당히 겹치거든요. 연주자가 부족한데 이 악기를 편성하는 데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소리를 잃은 악기, 당비파.

문득, 대한민국 보수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보수당 자유한국당은 선거 참패 이후 파격적인 선언을 했습니다.

수구적 보수, 냉전적 보수를 버리겠다고 했습니다.

보수 일각은 자살이나 자해행위라며 거센 반격에 나섰습니다.

과연, 자유한국당은 이런 노선투쟁 과정을 통해 진정한 보수의 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국민들은 걱정이 큽니다.

권력에서 밀려난 한국당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보수정당 없이는 그리고 그것을 연주해 낼 지도자 없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제대로 설 수 없다는 우려를 합니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란 자유에 대한 신념, 다양성에 대한 인정, 법률과 규범에 대한 존중, 개혁 그 자체가 그 사회를 불태워버려서는 안 된다는 믿음일 겁니다.

오랫동안 이 땅에서 소리를 잃은 보수.
창고 속 당비파 같은 대한민국의 보수.

소설가 김훈은 당비파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연주법이 전승되지 않아, 악기는 더 이상 인간에게 안기지 못하고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는다. 악기는 살아서 기나긴 잠에 빠져있다“

이 시점에 한국에 보수가 들여다봐야 할 구절입니다.